
영업지점에서 대형마트 영업직으로 근무할 당시, 매주 월요일마다 실적 보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처음 발령받았을 때는 대형마트 10개 점포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2번째와 4번째 주말이 낀 주간에는 유독 실적이 좋지 않은 경향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나중에서야 대형마트에는 월 2회의 ‘의무휴업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의무휴업일을 체감한 경험이 종종 있었습니다. 가끔 주말에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하필 그날이 휴무일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쉬는 날인지 미처 확인하지 않고 방문했다가, 몇 번이나 허탕을 친 기억이 있습니다.
이처럼 소비자에게도, 기업에게도 불편을 초래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과연 왜 생겼고, 어떤 효과를 가져왔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이 제도의 배경과 목적, 그리고 실제 효과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형마트 규제의 시작

대형마트가 왜 규제를 받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형마트의 성장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1993년 이마트 창동점을 시작으로 대형마트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월마트, 까르푸 같은 외국계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기업들도 앞다투어 이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특히 2000년대, IMF를 지나며 교외 신도시 개발, 자가용 보급 확대, 맞벌이 가구 증가 등 사회적 변화가 이어지면서 대형마트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게 됩니다. 그 결과, 2010년에는 주요 대형마트인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점포 수가 총 344개에 이르며, 대한민국은 ‘대형마트 포화’ 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기 전까지 소비자들은 주로 일반 슈퍼마켓이나 전통시장에서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편리함, 쾌적한 쇼핑 환경, 저렴한 가격, 다양한 상품군 등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었고, 그 결과 소형 슈퍼와 전통시장은 점차 고객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중소 유통업체들의 불만과 위기의식이 고조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대형마트의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대형마트가 주말을 포함해 아침부터 밤까지 영업을 이어가면서, 근로자들은 사실상 쉴 틈 없는 근무 환경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자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쌓이면서, 결국 2011년 12월 국회는 소상공인 보호 및 근로자 휴식권 보장을 목적으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을 원안 가결하였고, 이듬해인 2012년 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의무휴업일 지정을 위한 조례안을 공포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에 따르면, 시장ㆍ군수ㆍ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은 유통질서 확립과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에 대해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매월 이틀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단, 농수산물 매출 비중이 55% 이상인 점포는 조례에 따라 예외로 둘 수 있으며, 이 모든 기준은 각 지자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는 2012년부터 영업시간 제한과 월 2회의 의무휴업일을 지켜야 했으며, 업계는 이에 반발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했지만,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비교적 최근 이슈로는 윤석열 정부에서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추진했습니다. ‘국민제안’이라는 참여 플랫폼을 통해 국민 투표를 실시한 결과, 대형마트 규제 폐지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3년 12월 28일, 온라인 배송이 의무휴업일에도 가능하도록 하고, 휴업일 지정은 평일(예: 수요일)을 권장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이어 2024년 1월 22일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공휴일 강제 지정 폐지를 공식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반대해 의무휴업일을 법정공휴일로 강제화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정치권의 공방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향후 대형마트 규제의 방향성은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입니다.
대형마트 규제의 결과 및 다양한 시각
대형마트 규제의 주요 목적은 전통시장과 중소상인을 보호하고, 유통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부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온라인 쇼핑으로 이동한 소비자들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많은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 채널로 이동했습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온라인 플랫폼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은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물건을 주문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대형마트 규제의 반사효과로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온라인은 대형마트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의무휴업일에도 그대로 운영되며, 소비자들은 더 편리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가진 온라인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통시장의 현실적인 한계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규제의 의도는 명확했지만, 전통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간과했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유는 품질과 가격에 대한 신뢰 부족, 주차 공간 부족과 화장실 이용 불평 등의 접근성 문제들이 있습니다. 더불어 전통시장 등은 냉난방이 미비하며 위생 및 시설 노후 등도 현실적으로 대형마트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일요일에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을 해도, 전통시장 역시 같은 날 쉬는 경우가 많아 대체재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또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엄밀히 말해 완전한 대체재가 아닙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대형마트의 대체재는 오히려 편의점이나 온라인 쇼핑에 더 가깝습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굳이 전통시장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급한 경우 가까운 편의점이나 동네 슈퍼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규제로 이익을 본 주체와 예상치 못한 역효과
대형마트 규제는 전통시장과 중소상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되었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주체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었습니다. 우선 편의점 업계가 대표적인 반사이익 수혜자로 꼽힙니다. 1~2인 가구의 증가, 24시간 운영, 뛰어난 접근성과 PB상품을 통한 가성비 전략 등이 변화된 소비 패턴과 맞아떨어지면서, 대형마트 규제로 인해 발생한 수요를 빠르게 흡수했습니다.
온라인 쇼핑 채널 역시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큰 이점을 누렸습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날에도 온라인은 항상 열려 있고, 모바일 기반 소비 확산과 함께 온라인 유통 채널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여기에 다이소와 같은 오프라인 할인점들도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빠른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규제를 통해 활성화되기를 기대했던 전통시장과 인근 소상공 상권은 뚜렷한 수혜를 입지 못했으며, 오히려 대형마트가 폐점하거나 휴업한 이후 해당 지역 상권이 침체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유통학회는 '대형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 이마트 부평점 폐점 이후 반경 3km 내의 슈퍼마켓, 소매점, 음식점 등의 매출이 모두 하락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휴업일이 주변 상권 매출에 미친 영향을 4년치 카드 매출로 분석했는데, 이 역시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는 지역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는 ‘앵커 스토어(Anchor Store)’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들이 주말이나 공휴일에 휴업하거나 폐점하면, 소비자들은 해당 지역 자체를 방문하지 않게 되며, 주변 소형 점포들의 매출도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실제로 부산 메가마트 동래점의 경우, 이러한 우려로 인해 인근 상인들의 요청에 따라 주말 영업이 허용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메가마트는 전국 대기업이 아닌 부산 지역 기반의 향토 유통업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사례와는 조금 결이 다르지만, 지역 상권과 대형마트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대형마트 규제는 정작 보호하려던 전통시장에는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했고, 오히려 소비 트렌드 변화에 더 잘 대응한 유통 채널에 반사이익을 안겨주었으며, 주변 상권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세부적인 내용은 아래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현장] "마트 문 닫는다고 전통시장 안 가"…대형마트 의무휴업 실효성 있나 By 알파경제 alphabiz
[현장] "마트 문 닫는다고 전통시장 안 가"…대형마트 의무휴업 실효성 있나 By 알파경제 alphabiz
[현장] "마트 문 닫는다고 전통시장 안 가"…대형마트 의무휴업 실효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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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결론
대형마트 규제는 2012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유통질서 확립과 전통시장 보호,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 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일정한 공공적 목적 아래 도입되었고, 실제로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월 2회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적용해 왔습니다.
다만 제도 시행 이후, 소비자들은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으로 대체 소비를 하기보다는 온라인 쇼핑, 편의점, 할인점 등 다른 유통 채널을 이용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유통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은 측면도 존재합니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대형마트의 휴업이나 폐점이 주변 상권의 유동인구 감소와 매출 저하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습니다.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전통시장 및 중소상인의 보호라는 당초의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며, 규제의 실효성과 형평성에 대한 논의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통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제도 자체의 방향성과 적용 방식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향후에는 변화한 소비 트렌드와 유통 구조를 반영한 정책적 접근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고려한 제도 운영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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