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이야기

돈키호테 팝업스토어(더현대 서울) 후기, 그리고 왜 한국에 왔을까?

트렌드 리테일 2025. 7. 12. 15:40

돈키호테xGS25 더현대 서울 팝업스토어 (직접 촬영)

 

올해 초 업무차 일본을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다양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직접 둘러봤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단연 '돈키호테' 였습니다. 출국 전날, 기념품을 사지 못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당황하던 중, 대부분의 매장이 문을 닫은 시각인 밤 11시에도 돈키호테는 24시간 영업 중이었습니다. 덕분에 급히 물건을 살 수 있었고, 놀랍게도 그 시간에도 매장은 북적였습니다. 면세 계산을 위해 무려 40분 넘게 줄을 서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예전에 같이 공부했던 일본 친구에게 물어보니, 일본인들도 관광객처럼 ‘돈키호테’를 자주 찾지는 않지만, 마트 대신 이런저런 제품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돈키호테는 일본 현지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쇼핑 명소로 손꼽히는 유통 채널입니다. 특히 해외에서 돌아올 때 선물로 적당한 일본 제품들인 오타이산, 샤론파스, 손톱깎이 등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인기가 많습니다.

 

돈키호테 서울 팝업은 어땠을까요? 돈키호테는 어떤 매장인가요? 왜 GS25와 협업을 해서 국내에 들어왔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알아보겠습니다.

 

돈키호테 팝업스토어 오픈, 직접 다녀온 후기

(왼쪽) 더현대 서울 돈키호테 팝업 / (오른쪽) 일본 돈키호테 GS25 협업 매대

2025년 7월 8일, 한국 여의도 더현대에서 돈키호테 팝업을 진행했습니다. GS25와 협업해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하였습니다. 이는 지난 5월, 일본 돈키호테 약 400개점에 GS 전용 매대를 설치하고 넷플릭스 협업제품을 공급한 데 이은 두 번째 협업입니다.

 

<팝업 개요>

  • 위치: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 운영 기간: 2025년 7월 8일 ~ 8월 1일
  • 운영 시간: 10:30 ~ 20:00
  • 특이사항: 사전 웨이팅 필요, 일부 품목은 1인 1개 구매 제한 (7월 10일 기준)

저는 7월 9일 오후 더현대 서울을 방문했습니다.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다고 하니 1층 대형 행사장을 기대했지만, 실제 위치는 지하 1층 식품관 한 켠이었습니다. 처음 본 순간 들었던 생각은 “이게 정말 다야?” 였습니다. 약 10평 남짓한 공간에 30~40종의 상품만 진열돼 있었고, 그마저도 웨이팅 마감으로 입장 불가하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일부 제품은 탐났지만,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는 아니라 그냥 밖에서 구경만 했습니다. 주변 후기를 들어보면, 일본의 대형 돈키호테를 기대하고 왔다가 실망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다만, 가성비 좋은 주요 제품만 골라 구성했다는 점에서 만족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돈키호테란 어떤 매장인가?

일본 시부야에서 찍은 메가 돈키호테 (직접 촬영)

 

돈키호테는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 디스카운트 스토어 체인으로, 독특한 매장 구성과 방대한 상품군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 매장에서 취급하는 상품 수만 해도 보통 4만~6만 개의 SKU에 달하며, 이는 일반적인 국내 대형마트보다 훨씬 많은 수준입니다.

 

이 매장의 가장 큰 특징은 ‘다품종 소량 진열’입니다. 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전자기기 등 거의 모든 소비재를 판매하지만, 한 품목당 재고 수량은 많지 않습니다. 대신 종류가 매우 다양해 보는 재미가 풍부합니다.

 

또한, 돈키호테는 미로처럼 복잡한 동선의 매장 구조를 통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계획에 없던 구매까지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진열대는 빽빽하게 구성되어 있고, 서로 다른 카테고리의 상품들이 뒤섞여 있어 마치 ‘보물찾기’ 하듯 쇼핑하는 재미를 줍니다.

대부분의 매장이 24시간 운영된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밤늦은 시간에도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는 드문 유통채널로, 현지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돈키호테’ 같은 매장이 있었을까? : 피에로쇼핑의 등장과 퇴장

피에로쇼핑

 

사실 국내에도 일본 돈키호테의 유통 방식을 벤치마킹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바로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2018년 선보인 ‘피에로쇼핑’입니다. 첫 매장은 2018년 6월 28일 서울 코엑스몰에 문을 열었습니다. 매장 콘셉트는 ‘정신없지만 재밌는 쇼핑’으로, 돈키호테처럼 다소 과장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습니다. 기존 대형마트가 추구하던 깔끔한 매대 진열 방식 대신, 과밀 진열, 미로형 동선, B급 감성을 전면에 내세웠고,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들과 생소한 잡화들로 쇼핑의 재미를 추구했습니다.

 

오픈 직후 반응은 꽤 긍정적이었습니다. 강남역, 명동, 두타몰, 스타필드 하남 등으로 빠르게 확장하며 최대 8개 지점까지 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색다른 유통 포맷’에 대한 호기심과 입소문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피에로쇼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2020년 말, 전 매장이 철수를 결정하게 됩니다. 수익성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방문자 수는 많았지만,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구경형 소비’가 많아 실질적인 매출이 부족했습니다. 또한 지나치게 다양한 품목과 복잡한 진열 방식은 물류와 재고 관리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핵심 고객층을 상실했고, 피에로쇼핑은 더 이상 존속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왜 지금, 왜 한국인가? – 돈키호테의 국내 팝업 진출 배경

이번 GS25와의 협업을 통해 돈키호테가 국내에 팝업스토어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 데에는, 단순한 마케팅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배경에는 국내 유통업계의 변화와 돈키호테의 글로벌 전략이 맞물려 있다고 생각하며, 이에 대한 제 생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출처 : 전자신문

 

첫 번째 이유는 국내 편의점 시장의 포화입니다. 2021년부터 매년 1,000개 넘게 늘어나던 편의점 점포 수는, 2024년 들어 100여 개 증가에 그치며 확연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편의점의 나라라 불리는 일본의 점포 수를 따라잡았을 정도로, 이미 국내에는 편의점이 너무 많아진 상황입니다. 일본에서는 고령화 등으로 인해 점포가 줄어드는 반면, 한국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오히려 출점이 가속되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 업계는 전반적으로 조정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편의점 매출은 전년 대비 0.4% 감소했으며, 4월과 5월 역시 역성장이 이어졌습니다. 5월 기준 전국 편의점 수는 4만 8,315개로, 지난해 말보다 400개 이상 줄어든 상황입니다.

 

이처럼 신규 출점으로 외형을 키우는 전략이 한계에 다다르자, 이제는 각 편의점 브랜드가 수익성 중심 전략, 즉 ‘객단가 상승’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고객 한 명이 편의점에 방문해 5천 원이 아닌 1만 원어치를 구매하도록 만들려면, 새로운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GS25는 돈키호테와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경험과 이슈를 만들고, 경쟁 브랜드와의 격차를 벌리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돈키호테 방콕점

 

두 번째 이유는, 돈키호테 입장에서 한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해보기 위한 성격입니다. 돈키호테는 일본 내 입지뿐 아니라, 이미 대만·홍콩·싱가포르 등지에서 해외 영업을 활발히 전개 중인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는 아직 정식 매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신세계 피에로쇼핑의 실패 경험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한국은 유통업계에서 토종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특이한 시장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까르푸, 월마트, 테스코 등 해외 유통 대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했지만, 결국 모두 철수했습니다. 지금 남은 것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와 같은 국내 브랜드뿐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소비력이 높고 트렌드에 민감한 시장이기 때문에, 돈키호테 입장에서도 포기하기엔 아쉬운 곳입니다. 이번 팝업은 GS25라는 파트너를 통해 간접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테스트 성격도 강합니다.

일본 로손 편의점 내 무인양품(MUJI) 매대

 

향후에는 GS25 매장 내에 돈키호테 PB 제품이 정식 입점하거나, 일본 로손과 무인양품(MUJI)의 협업처럼 매대 단위의 콜라보레이션 구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로손은 매장 내 일부 공간을 무인양품 제품으로 채운 ‘MUJI 코너’를 운영하며 주목을 받았고, 이런 사례는 국내에서도 충분히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팝업은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GS25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수익성을 모색하고, 돈키호테는 한국 시장을 향한 발판을 마련하며, 국내 유통업계는 새로운 실험의 무대를 맞이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