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할인점(대형마트)

할인점과 하이퍼마켓의 차이 : 이마트는 할인점일까? 하이퍼마켓일까?

트렌드 리테일 2025. 6. 27. 15:43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를 영어로 뭐라고 부를까요?

 

유통 업계에서 실무를 하다 보면 ‘대형마트’를 영어로 번역해야 할 일이 종종 생깁니다. 이때 Hypermarket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Discount Store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죠. 실제로 국내에서 말하는 대형마트는 이처럼 하이퍼마켓(Hypermarket) 혹은 할인점(Discount Store)이라는 영어 표현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이 두 용어는 단순히 표현만 다른 것이 아닙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기원, 개념, 운영 방식에 있어 미묘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무자들도 자주 혼동하는 ‘할인점’과 ‘하이퍼마켓’의 차이에 대해 정리해보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형마트’는 어디에 더 가까운 개념인지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할인점 vs 하이퍼마켓: 닮은 듯 다른 두 유통 포맷

할인점(Discount Store)은 생산자나 공급업체로부터 물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유통 모델입니다. 말 그대로 ‘할인’을 전면에 내세운 유통 포맷으로, 소비자에게는 가격 경쟁력을, 유통업체에게는 회전율 중심의 효율성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습니다.

 

할인점의 개념은 1948년 미국 뉴욕에 등장한 E.J. 코르벳(E.J. Korvette)에서 시작됩니다. 이후 1962년에는 Kmart, Walmart, Target 등 대표적인 미국식 할인점들이 등장했고, 미국 전역에 ‘디스카운트 스토어 열풍’이 불었습니다. 이들 초기 할인점은 식품을 취급하지 않고, 의류, 가전, 생활용품 등 비식품 중심의 저가 매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당시 소비자들은 생필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백화점보다 할인점을 찾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을 만들어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할인점 : 월마트

반면, 오늘날 우리가 흔히 ‘할인점’이라 부르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는 정확히는 ‘하이퍼마켓(Hypermarket)’이라는 분류에 가깝습니다.

 

하이퍼마켓은 1963년 프랑스의 까르푸(Carrefour)가 처음으로 도입한 개념입니다. 기존에는 식료품은 슈퍼마켓에서, 비식품은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따로따로 구매해야 했던 번거로움을 한 매장에 통합한 것이 바로 하이퍼마켓입니다. 식품과 비식품을 모두 한 공간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의성’과 ‘시간 절약’이라는 강력한 가치를 제공하게 된 것이죠.

프랑스의 대표적인 하이퍼마켓 : 까르푸

하이퍼마켓의 성공 이후, Walmart와 같은 미국식 할인점들도 1980년대 말부터 식품을 포함한 슈퍼센터(Supercenter) 모델로 점차 전환하기 시작합니다. 기존의 비식품 중심 할인점에서 식품까지 포함하는 형태로 확장된 것입니다. 이처럼 하이퍼마켓의 개념은 유럽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졌고, 지금은 한국의 대형마트 구조에도 깊게 자리잡았습니다.

월마트 슈퍼센터- 하이퍼마켓 형태의 할인점

 

이제는 두 포맷이 혼용되기도 하고,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했지만, 그 뿌리와 전략은 분명히 다릅니다.

다음은 할인점과 하이퍼마켓의 특징을 비교한 표입니다:

할인점 vs 하이퍼마켓

 

이처럼 할인점과 하이퍼마켓은 출발점과 목적, 고객에게 전달하는 경험이 다르지만, 오늘날에는 그 경계가 섞이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한국의 대형마트는 할인점의 가격 전략과 하이퍼마켓의 상품 다양성 및 쇼핑 편의성을 모두 결합한 형태로 진화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할인점’이라고 부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는 유통 포맷으로 분류하면 유럽식 하이퍼마켓(Hypermarket)에 더 가깝습니다. 식품과 비식품을 한 매장에서 함께 판매하는 구조, 자가용 이용을 전제로 한 넓은 점포, 가족 단위 쇼핑을 유도하는 원스톱 쇼핑 환경 등은 1963년 프랑스 까르푸(Carrefour)에서 시작된 하이퍼마켓 모델과 유사한 구조를 따릅니다.

 

실제로 1993년 개점한 이마트 1호점(서울 창동점)은 일본과 유럽의 선진 유통 모델을 참고해 설계되었으며, 미국식 비식품 중심 할인점(Discount Store)보다는 하이퍼마켓에 가까운 유통 형태로 출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이들 대형마트를 줄곧 ‘할인점’이라 불러왔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언어적·문화적 배경에 기반합니다.

 

첫째, 정부 제도상 '신유형 할인점'이라는 명칭이 공식 분류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초, 기존의 백화점·슈퍼마켓과는 다른 새로운 유통 포맷을 행정적으로 구분하기 위해 정부는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를 ‘신유형 할인점’으로 지정했습니다. 이후 이 명칭은 업계와 언론, 소비자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통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할인점’이라는 용어가 소비자에게 직관적이고 쉽게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하이퍼마켓’은 외래어로 낯설고 개념 설명이 필요한 반면, ‘할인점’이라는 용어는 “싸게 파는 곳”이라는 인식을 즉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고, 이는 가격 중심의 마케팅 전략과도 잘 부합했습니다.

 

즉, 한국 대형마트는 유럽식 하이퍼마켓 구조를 바탕으로 발전했지만, 정책적 분류, 언어적 직관성, 소비자 인식 등의 요인으로 인해 오늘날까지도 ‘할인점’이라는 용어가 관행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통산업발전법 등 법령에서도 여전히 이들 유통 채널을 ‘대형 할인점’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