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역사 : 성장과 위기의 28년 히스토리
홈플러스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형마트 브랜드 중 하나로, 1997년 삼성과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의 합작으로 출범한 유통기업입니다. 최근에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급성장으로 대형마트 산업 전반이 침체를 겪으면서 매출이 감소했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에는 기업 회생 절차까지 거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때 홈플러스는 2010년대 초반까지 이마트와 나란히 국내 할인점 시장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할 만큼 강력한 유통 기업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홈플러스의 탄생 : 비수도권에서 출발

홈플러스는 1997년 9월, 삼성물산이 대구에 1호점을 열면서 처음 등장한 대형 할인점 브랜드입니다. 수도권이 아닌 대구라는 비수도권 거점 도시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당시 대형마트들이 주로 서울·경기권 중심으로 확장하던 흐름과는 차별화된 선택이었습니다.이는 홈플러스가 지방 상권을 먼저 공략하며 전국 유통망 확대의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나 같은 해 말, 외환위기(IMF)가 터지면서 홈플러스는 큰 전환점을 맞습니다. 삼성은 1998년,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Tesco)에 지분 49%와 경영권을 넘기며 ‘삼성테스코’라는 형태로 공동 운영을 시작했고, 이후 점차 테스코에 지분을 매각하며 유통 사업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게 됩니다. 당시 테스코는 유럽 2위, 세계 3위 규모의 유통기업으로, 홈플러스는 테스코의 선진 유통 시스템, 효율적인 물류, 점포 운영 방식, 데이터 기반 상품 전략 등을 국내 유통 환경에 접목하며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갔습니다.
비록 1993년 창동점에서 시작한 이마트보다 4년 늦게 출발했지만, 홈플러스는 기존 매장 인수와 공격적인 출점 전략, 그리고 다양하고 저렴한 외국 계열 상품들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며 국내 유통 시장에서 이마트의 유일한 경쟁자이자 강력한 추격자로 부상하게 됩니다.
홈플러스의 성장 : 이마트와 1위 경쟁
홈플러스가 이마트와의 점유율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은 바로 2006년 까르푸(Carrefour) 코리아의 철수였습니다.프랑스의 글로벌 유통기업 까르푸는 1996년 서울 양재점을 시작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해, 최대 32개 점포를 운영했지만 국내 소비자 트렌드 파악 실패, 현지화 부족, 낮은 브랜드 충성도 등의 이유로 결국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하게 됩니다.
까르푸는 먼저 이랜드에 인수되어 ‘홈에버(Homever)’라는 브랜드로 재탄생했으나, 짧은 운영 끝에 2008년 8월, 이랜드는 홈에버 운영을 포기하고 36개 전 점포를 약 2조 원에 홈플러스에 매각합니다. 이를 통해 홈플러스는 수도권 주요 상권의 핵심 점포를 대거 확보하며, 당시 업계 2위였던 롯데마트를 제치고 단숨에 대형마트 업계 2위에 올라서게 됩니다.
그 결과, 2008년 기준 이마트 119개, 홈플러스 113개로 점포 수 격차는 거의 사라졌으며, 2016년에는 홈플러스가 전국에 142개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홈플러스는 글로벌 유통기업 테스코의 선진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며 다양한 혁신을 시도했습니다. 특히 대형마트 3사 중 가장 먼저 셀프계산대를 도입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2005년, 서울 영등포점에 국내 최초로 셀프계산대를 도입했으며, 이는 롯데마트와 이마트보다 훨씬 앞선 시점으로,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됩니다.
이처럼 홈플러스는 이마트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국내 유통 1위를 목표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런 홈플러스에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홈플러스의 위기 : 테스코 회계 부정, 사모펀드의 인수

2015년, 영국 테스코 본사에서 회계 부정 사건이 터지며 글로벌 사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고, 그 여파로 테스코 코리아, 즉 홈플러스도 매각 대상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당시 홈플러스는 연간 영업이익만 7,000억 원이 넘는 알짜 기업이었지만, 테스코는 부채 축소와 본국 중심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홈플러스를 처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홈플러스는 국내외 사모펀드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고, 결국 2015년 MBK파트너스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이 약 7조 2천억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하게 됩니다. 인수 이후 홈플러스는 급변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두 가지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오프라인 대형마트 산업 전반의 침체입니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며 오프라인 마트 방문객은 해마다 줄어들었고, 쿠팡·마켓컬리·SSG닷컴 등 빠른 배송과 편리한 플랫폼을 앞세운 온라인 기업들이 홈플러스의 주요 고객군을 잠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는 사모펀드 중심의 수익 구조 전략입니다. MBK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수단으로 매장 부지 매각을 단행했습니다. 즉, 부동산을 팔고, 그 매장을 다시 임대해 쓰는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현금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보수적 경영이 강화되며, 온라인 유통과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가 소극적이었고, 결국 이는 성장 정체와 브랜드 약화로 이어졌습니다.
홈플러스의 대처와 현재
홈플러스는 변화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1. 경영효율화 및 비용 절감- 홈플러스는 본사 조직을 슬림화하고 임직원 수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수익성 중심의 경영 기조를 강화했습니다. 또한, 부동산 자산 일부를 매각하고 임대 운영하는 방식으로 현금 흐름을 개선하려는 시도도 이어졌습니다.
2. ‘메가푸드마켓’ 전략-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홈플러스는 식품 중심의 ‘장보기 특화 매장’으로 리뉴얼을 단행했습니다. 기존의 의류, 가전 등 비식품군 매대를 축소하고,신선식품, 간편식, 제철 상품 등의 비중을 확대하여 재방문을 유도하는 구조로 개편했습니다.
3. 온라인강화 및 배송 서비스 확대- 홈플러스는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개선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한 ‘즉시배송(1시간 내 배송)’ 등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쿠팡·SSG닷컴 등 이미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에 비해 온라인 인프라와 브랜드 충성도, 기술 투자 측면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응 전략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는 끝내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1~2인 가구의 증가와 저출산, 고령화 같은 인구 구조의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었으며, 정부의 전통시장 보호 정책으로 대형마트에 의무휴업 규제가 적용되면서 오프라인 유통 환경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이처럼 복합적인 구조적 요인들이 지속되며 홈플러스의 경영 부담은 갈수록 커졌고, 결국 2025년 3월, 홈플러스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결론 : 유통 산업에서 영원한 1등이란 없다
한때 이마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내 유통업계를 주도하던 홈플러스는, 글로벌 유통기업 테스코의 노하우와 다양한 혁신 시도를 통해 빠르게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었고,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홈플러스는 결국 점차 경쟁력에서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테스코의 철수 이후 MBK파트너스에 인수되면서부터는 수익성과 자산 효율화 중심의 경영이 이어졌고, 이는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지만, 온라인 전환과 디지털 투자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 속에서 결국 2025년 3월,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홈플러스를 통해 우리는 유통 산업에서는 ‘지금의 1등’이 결코 영원한 1등이 될 수 없으며, 변화의 흐름을 읽고 그에 맞춰 빠르게 적응하는 유연한 경영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앞으로도 어려울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홈플러스가 어떤 방식으로 다시 일어설지, 그 변화의 방향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