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창고형 할인점

창고형 할인점의 3가지 특징 : 코스트코, 트레이더스가 특별한 이유

트렌드 리테일 2025. 6. 30. 07:30

회사 신입사원 시절, 제가 처음 맡았던 거래처 중 하나가 바로 롯데마트의 첫 창고형 할인점인 롯데 빅마켓 금천점이었습니다. 당시 넓은 매장과 주차장, 대용량 상품 구성, 그리고 저렴한 푸드코트 메뉴까지, 이전에 담당했던 일반 할인점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규모만큼이나 매출도 상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2010년에는 운 좋게 미국에서 잠시 머물 기회가 있었는데, 그 시절 미국에서는 이미 코스트코가 주력 유통 채널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주말이면 코스트코의 방대한 주차장도 부족할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고, ‘창고형 할인점’이라는 유통 포맷이 얼마나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에서는 비교적 최근에야 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 같은 창고형 매장들이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많은 소비자들이 왜 코스트코나 트레이더스를 찾게 되는지, 즉 창고형 할인점만의 차별적인 매력은 무엇인지, 그 핵심적인 특징 세 가지를 중심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1. 고품질의 선별된 제품

1) SKU 수를 줄이고 품질과 가격 경쟁력 확보

창고형 할인점은 일반 대형마트에 비해 취급하는 상품 수(SKU)가 현저히 적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 대형마트가 3만~5만 개 이상의 SKU를 보유하는 반면, 코스트코는 약 3,500개 안팎의 상품만을 운영합니다. 이는 다양한 상품을 진열하기보다, ‘잘 팔릴 제품’만을 선별해 집중 운영함으로써 높은 회전율을 유도하고, 제조사와의 직거래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왼쪽) 창고형 할인점 (오른쪽) 일반 할인점

 

예를 들어 라면을 구매한다고 가정해보면 차이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일반 대형마트인 이마트에 가면, 신라면/진라면/삼양라면 등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이 있고, 각각도 1개, 5개 묶음, 20개 박스형처럼 여러 구성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반면, 코스트코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제품 한두 가지만을 대용량 포장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왼쪽) 창고형 할인점 라면 매대 (오른쪽) 할인점 라면 매대

 

 

이처럼 창고형 할인점은 다양성보다는 집중도와 효율성,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 경쟁력을 추구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일반 할인점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프라이빗 브랜드(PB) 중심

(왼쪽) 코스트코 (오른쪽) 이마트 트레이더스

 

창고형 할인점은 자체 브랜드(PB, Private Brand) 제품을 전략적으로 강화합니다. PB란 유통업체가 직접 기획·개발하여 자체 상표로 판매하는 제품으로, 제조는 전문 생산업체에 맡기되, 상품의 사양, 품질, 가격 등은 유통사가 주도합니다. PB는 흔히 우리가 아는 농심, CJ, 오뚜기 등 제조사 중심의 브랜드(NB, National Brand)와는 달리, TV 광고나 대규모 마케팅에 비용을 쓰지 않기 때문에 같은 품질이라도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왼쪽) 코스트코 커클랜드 시그니처 PB (오른쪽) 이마트 트레이더스 T스탠다드 PB

예를 들어,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시그니처(Kirkland Signature)’, 이마트의 ‘T스탠다드(T-Standard)’는 PB 제품의 대표 사례입니다. 고품질의 상품을 대량 매입하고 마케팅비를 최소화해 가성비를 극대화한 이 브랜드는, “이 정도면 믿고 사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으며 강한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해왔습니다. 실제로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시그니처는 코스트코 매출의 약 3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PB 제품은 가격은 낮지만 품질은 NB 못지않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반복 구매를 유도하고, 창고형 할인점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적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2. 매장 구성: 셀프서비스 기반 창고형 진열

1) 창고형 구조와 진열 방식

창고형 매장 진열 방식

창고형 할인점은 전통적인 리테일 매장과 달리, 인테리어나 디스플레이에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습니다. 팔레트에 제품을 그대로 올려놓거나, 박스를 개봉하지 않고 그대로 진열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이는 진열 및 인건비를 줄이는 동시에, 대량 상품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또한 매장 규모가 일반 마트보다 훨씬 크고 층고가 높아, 내부에 들어섰을 때 웅장하고 압도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대용량 상품과 단순한 구조의 레이아웃은 일반적인 마트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며, 소비자들에게는 마치 해외 대형매장에 온 듯한 이국적인 쇼핑 경험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2) 대량구매환경(주차장, 셀프서비스 등)

미국 코스트코 주차장 전경

 

창고형 할인점은 직원이 제품을 일일이 안내하거나 포장해주는 서비스가 거의 없습니다. 소비자가 직접 쇼핑카트를 끌고 다니며 필요한 물건을 골라 구매하는 셀프쇼핑 방식이 기본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상품이 대용량이기 때문에 차량을 이용한 대량 구매가 일반적이며, 이를 고려해 매장마다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입니다. 기존의 대형마트보다 주차면수도 훨씬 많고, 카트 동선도 여유롭게 설계되어 있어 한 번에 많은 상품을 실어가야 하는 고객의 편의를 높이고 있습니다.

 

3) 가성비 푸드코트

미국 코스트코 푸드코트

 

창고형 할인점의 또 다른 특징은, 매장 내에 운영되는 푸드코트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쇼핑 편의 시설을 넘어서, 저렴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식사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코스트코는 핫도그+탄산음료 세트를 단돈 2,00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크고 두툼한 피자 한 조각도 약 3,000원 정도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가격은 일반 외식업체나 프랜차이즈와 비교해도 매우 저렴한 수준입니다.

 

또한 많은 소비자들이 쇼핑 후 푸드코트를 이용하기 위해 방문할 정도로 높은 맛과 가성비를 자랑하며, 이는 창고형 할인점의 고객 충성도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쇼핑과 식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고형 할인점은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생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회원제 기반의 유통 모델

1) 도매 중심에서 출발한 폐쇄형 구조

창고형 할인점은 본래 도매업자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B2B 유통 채널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원 때문에 초기에는 연회비를 지불한 회원만 매장에 입장하고 구매할 수 있는 폐쇄형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이는 판매 대상이 한정된 대신, 대용량 묶음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며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식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코스트코의 멤버십 시스템이 있습니다. 코스트코는 지금도 연회비를 납부한 회원만 매장 입장 및 구매가 가능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제도는 단순한 입장 조건을 넘어서 고객 충성도를 유도하는 강력한 마케팅 장치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2) 락인(Lock-In) 효과와 고객 충성도

회원제는 단순한 출입 조건을 넘어서, 고객의 심리적 락인(Lock-In)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작용합니다. 락인 효과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효과를 의미합니다. 연회비를 지불한 만큼 “자주 방문해야겠다”는 보상 심리가 이러한 락인 효과의 사례입니다.

 

이러한 심리는 곧 방문 횟수 증가, 브랜드 충성도 강화, 그리고 매출 안정화로 이어집니다. 유통사는 연회비 수익을 기반으로 추가적인 가격 할인 여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낮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는 선순환 구조를 경험하게 됩니다.

실제로 코스트코는 회원제 수익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이익을 확보하고 있으며, 갱신률 역시 90% 이상에 달할 정도로 고객 충성도가 높은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3) 국내 창고형 할인점의 멤버십 차별 전략

(왼쪽) 이마트 트레이더스 (오른쪽) 롯데마트 맥스

국내 창고형 할인점들은 해외 사례와 달리, 회원제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비회원제 운영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더 많은 고객 유입을 유도하고, 창고형 할인점이라는 유통 포맷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마트 트레이더스입니다. 트레이더스는 개장 초기부터 별도의 멤버십 없이 모든 고객이 자유롭게 매장에 입장하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설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이 ‘회원 가입’에 대한 부담 없이 창고형 할인점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창고형 매장에 익숙하지 않은 신규 고객층까지 유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롯데 빅마켓(현 롯데마트 맥스) 역시 초기에는 코스트코와 유사한 유료회원제 구조를 운영했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과 경기 침체 등의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회원제로 전환하였습니다. 당시 소비 위축과 멤버십에 대한 부담이 커진 가운데, 더 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고자 한 선택이었습니다.

 

이처럼 국내 창고형 할인점들은 코스트코와 같은 폐쇄형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진입 초기의 인지도 확장과 고객 접근성 확보를 우선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창고형 할인점이 국내에서 보다 대중적인 유통 채널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