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현장 근무 약 3년 차 무렵, 저는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SSM은 전국적으로 점포 수가 많았기 때문에, 관리해야 할 매장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주요 업무 중 하나는 SSM 매장이 리뉴얼되거나 신규 오픈할 때 현장을 지원하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신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지역에 SSM이 함께 입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럴 때는 오픈 매장에 직접 방문해 매대 설치, 상품 진열, 청소 작업까지 도왔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매장 담당자와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무엇보다 우리 회사 제품을 추가로 진열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습니다.
운이 좋게도 제가 방문한 매장에서는 경쟁사 담당자가 오지 않았지만, 당시 치열한 시장 경쟁 상황에서는 매장 내 진열 공간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도 많았습니다.
이처럼 SSM은 지금도 계속 생겨나고 있는 유통 포맷입니다. 특히 아파트 단지 입주와 동시에 함께 들어서는 경우가 많아, 최근 지어진 대단지 아파트 단지에도 SSM이 무려 3곳이나 새로 생겼다고 합니다.
이제,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SSM의 대표적인 세 가지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1. 대기업이 운영하는 체계적인 유통 시스템

SSM, 즉 기업형 슈퍼마켓은 말 그대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입니다. 국내 SSM 4사로는 롯데슈퍼, 이마트 에브리데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 더프레시가 있으며, 이들의 모기업은 각각 롯데, 신세계, 홈플러스, GS리테일로 모두 대형 유통기업입니다. SSM의 운영 방식은 직접 운영(직영) 또는 가맹점 운영(프랜차이즈)으로 나뉘며, 전국 각지에 점포를 두고 있습니다.
SSM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의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기존에 대형마트를 운영해온 경험이 있고, GS는 GS25 편의점을 통해 소매 유통의 노하우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물류센터, 전산시스템, ERP 연동, 판매 데이터 분석, 통합구매 시스템 등을 효율적으로 접목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동네 마트는 각 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을 통해 납품받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SSM은 제조사로부터 물류센터에 직접 납품을 받아, 수백 개 점포에 일괄적으로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규모의 경제 실현은 물론, 물류 효율화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또한 SSM은 대형마트처럼 전국 단위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상품을 약 2주간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할 때, 전국 SSM 점포에서 동시에 동일한 조건으로 진행됩니다. 이 경우 SSM 본사와 제조사가 사전 협의하여 행사를 기획하며, 제조사는 대량 판매 기회를 얻고, SSM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구조로,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매장 크기와 입지: 소형 마트와 대형마트 그 사이

SSM은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소형마트와 대형마트의 중간 규모로 이해하면 좋습니다. 일반적인 대형마트가 교외의 넓은 부지에 입점하는 반면, SSM은 아파트나 주택 밀집 지역 등 주거지 인근에 위치해 있어 고객들이 도보로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SSM의 점포 면적은 약 500평(약 1,650㎡) 정도로,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정의한 대형마트의 기준(3,000㎡ / 약 909평 이상)보다는 작고, 전통적인 동네 슈퍼보다는 큰 규모입니다. 매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진열 매대도 작고, 취급 상품 수도 대형마트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크기의 제약은 오히려 출점의 유연성이라는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대형마트에 비해 부지 확보 부담이 적고, 소규모 상권에도 쉽게 입점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빠르고 효율적인 개점이 가능합니다.
대형마트는 넓은 주차장과 식당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경우가 많지만, SSM은 대부분 주차 공간이 없거나 매우 협소하며, 매장 단독 형태로 구성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SSM이 대량 구매 고객이 아닌, 근거리 생활 소비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객들은 차를 이용하기보다는 집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와 필요한 채소나 과일 등을 소량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SSM은 대부분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구매 후 수 시간 내 빠르게 배송되며, 집 근처 마트라는 장점을 살려 고객 편의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3. 취급 제품 종류: 소용량 중심의 생활밀착형 구성
앞서 설명했듯이 SSM은 대형마트에 비해 매장 공간이 작기 때문에, 취급하는 제품의 종류나 수량 역시 제한적입니다. 대형마트가 대용량·대규격 상품 중심의 구성을 취하는 반면, SSM은 소규격·소용량 제품을 주로 취급합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SSM을 찾는 고객 대부분이 차량 없이 도보로 방문하기 때문에, 장바구니나 손으로 들 수 있는 무게와 크기의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큽니다. 실제로 SSM에서는 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개 번들 즉석밥 세트를 보기 어렵고, 대신 1회분, 1~2인 가구용 소포장 제품을 중심으로 상품 구색을 맞추고 있습니다.

SSM의 주요 취급 품목은 신선식품, 가공식품, 생활용품으로 나뉘며, 그중에서도 신선식품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특히 채소, 과일, 육류, 계란, 두부 등 당일 소비되는 식재료의 회전율이 높습니다. 이는 SSM 방문 고객 중 주부층의 비율이 높고, 주로 당일의 점심 또는 저녁 식사를 위한 재료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쿠팡, 네이버쇼핑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공산품 구매가 일상화되면서, 세제, 샴푸, 가공식품 같은 비신선 품목은 오히려 온라인에서 더 많이 구매되는 추세입니다. 반면, 갑자기 필요한 신선식품이나 오늘 저녁에 바로 써야 할 채소·과일 등은 즉시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집 앞 SSM을 이용하는 이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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