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을 다니면서 가장 놀란 점 중 하나는 도시 곳곳에 정말 많은 쇼핑몰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스타필드나 롯데몰 같은 대형 쇼핑몰이 수도권 외곽이나 특정 지역에만 위치해 있지만, 중국의 대도시에서는 도심 한복판에서부터 교외까지 수많은 쇼핑몰이 들어서 있습니다. 심지어 걸어서 10분 거리에 또 다른 대형 쇼핑몰이 있을 정도로 밀집도가 높습니다.
이때 말하는 쇼핑몰은 단순한 백화점이 아니라, 스타필드나 롯데몰 같은 초대형 복합 쇼핑센터를 뜻합니다. 이러한 현상 뒤에는 중국 특유의 ‘몰링(Malling) 트렌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몰링 트렌드가 자리 잡은 배경
중국에서 몰링 문화가 빠르게 확산된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 도시화와 중산층 확대입니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의 도시화율은 빠르게 상승해 2023년 기준 전체 인구의 약 66%가 도시에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중산층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2012년까지만 해도 도시 가구의 절반 이상이 ‘저소득층’이었으나, 2022년에는 그 비중이 크게 줄고 대신 중산층·중상류층·상류층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도시 인구와 중산층이 함께 확대되면서 소비 성향도 단순한 물건 구매에서 벗어나, 외식·여가·체험을 즐기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전자상거래의 급성장입니다. 중국에서는 온라인 쇼핑이 2019년 전체 소매의 약 34%를 차지하던 수준에서, 2021년에는 50%를 넘어 설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024년에는 전체 소매의 절반 이상(약 58%)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온라인 유통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고, 체험, 커뮤니티, 문화 콘텐츠 중심의 몰 차별화 전략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셋째, 부동산 개발사의 전략입니다. 한국에서는 신세계, 롯데, 현대 등 소수 유통 대기업이 직접 대형몰을 개발·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국은 구조가 다릅니다. 완커(万科), 롱포어(龙湖), 화룬(华润, CR Land), 그리고 싱가포르계 캐피탈랜드(CapitaLand) 같은 부동산 개발사들이 도시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규모 쇼핑몰을 건설하고 운영합니다. 예를 들어, 캐피탈랜드는 중국 전역에 60개 이상의 쇼핑몰을 운영하며, 롱포어는 ‘Paradise Walk(天街)’라는 자체 쇼핑몰 브랜드를 전국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쇼핑몰은 단순한 상업시설을 넘어, 도시 교통·주거·사무공간과 결합된 생활 거점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중국 몰링의 주요 특징
이러한 배경 속에서 중국의 쇼핑몰은 다음과 같은 3가지 특징을 보입니다.
1. 비쇼핑 콘텐츠의 비중 확대


중국의 쇼핑몰은 이제 단순한 구매 공간을 넘어 여가와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음식점, 영화관, 키즈카페, VR 체험존 같은 시설은 기본이며, 실제로 주요 쇼핑몰의 경우 F&B 매출 비중이 30~40%에 달할 정도로 식음료 소비가 핵심 축을 차지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몰 상층부에 헬스장이 입점해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몰 중에는 아예 실내 베드민턴장을 갖춘 곳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설들은 단순히 공간을 채우는 수준이 아니라, 소비자의 체류 시간을 늘려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적 장치입니다.
즉, 사람들이 운동이나 여가 활동을 위해 매일 몰을 방문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식사도 하고, 소소한 쇼핑까지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는 오프라인 유통이 온라인과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로, 중국 몰들이 ‘생활 속 필수 공간’으로 기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 초대형·복합화

중국의 쇼핑몰은 규모 면에서 10만㎡ 이상이 흔할 정도로 초대형입니다. 단순히 매장만 늘려 놓은 것이 아니라, 층별로 역할과 콘텐츠를 철저히 나눠 하루 종일 머물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항상 몰의 메인 공간이나 아트리움에는 팝업스토어가 운영되며, 시즌별·브랜드별 이벤트로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지하층에는 다양한 레스토랑, 카페, 푸드코트가 자리잡아 가족·친구 단위 소비를 자연스럽게 끌어내고, 중간 층에는 유니클로, 나이키, 팝마트 등 글로벌 SPA 브랜드와 인기 캐릭터숍이 입점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뷰티, 전자제품, 라이프스타일 숍까지 한 공간에 모여 있어 쇼핑과 체험의 선택지가 압도적으로 다양합니다.
또한 몰 내부에는 서점, 전시 공간, 실내 테마파크 등 문화와 여가를 접목한 콘텐츠도 함께 제공됩니다. 그 결과, 중국의 쇼핑몰은 단순히 ‘무언가를 사러 가는 곳’이 아니라, 매일 방문해도 지루하지 않은 도시형 복합 엔터테인먼트 허브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3. 가족·키즈 중심 엔터테인먼트 강화


중국의 몰을 둘러보면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가 아이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몰 곳곳에 오락실, 인형뽑기 매장이 즐비하고, 이는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책이 됩니다. 실제로 주말이나 저녁 시간대에는 부모가 쇼핑이나 식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이 이런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실내에는 어린이 놀이터, 미끄럼틀, 키즈 액티비티 센터 같은 시설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놀이 공간에 그치지 않고, 안전 관리가 잘 된 유료 키즈존이나 체험형 교육 시설과 결합된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니, 부모 역시 몰을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있는 안전한 여가 공간’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자연스럽게 가족 단위 방문 빈도를 높이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부모는 식사나 쇼핑을 할 수 있고, 몰 전체의 매출 기회가 커지는 것입니다.
시사점


중국의 몰링 트렌드는 단순한 유통 현상이 아니라 도시인의 생활 방식 전환입니다. 오프라인 유통은 온라인과의 단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체험과 커뮤니티 중심 공간으로 진화했습니다. 브랜드 역시 단순 입점이 아니라 스토리텔링과 체험형 매장을 통해 소비자와 관계를 맺어야 효과적입니다.
결국 중국의 몰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현대 도시 생활의 무대이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오프라인 채널의 위축을 고민하는 사이, 중국은 몰링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을 재정의하고 있는 셈입니다.
앞으로 중국의 몰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그리고 한국 쇼핑몰 문화와 어떤 차이를 보일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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